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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탱크
  • 저자  김희재
  • 발행자  한겨레출판사
  • 발행년도  2023
  • 추천대상  성인
  • 작성자/소속  신유정/파주시 술이홀도서관
  • 상황별추천1 종교와 믿음에 대해 고민해본 이
  • 상황별추천2 영화 같은 소설을 원하는 모든 사람

믿는 인간 <탱크> 서평

비교 종교학자 오강남 교수는 한 프로그램 대담에서 로버트 마렛(Robert Ranulph Marett)의 말을 인용하여 종교를 이해하는 것의 중요함에 대해 얘기한다. 영국의 문화 인류학자인 마렛은 인간과 동물을 구분 짓는 가장 큰 차이는 종교이고, 따라서 인간을 호모 릴리지우스(homo religious)라고 정의할 수 있다고 했다. 그만큼 종교를 이해하는 것은 인간을 이해하는 데 핵심이라는 것이다. 인간은 믿지 않고서는 살 수 없는 존재다. 이것은 굳이 학자의 말을 인용하지 않아도 우리의 일상을 잠깐만 살펴보아도 알 수 있다. 내일이 있다는 믿음, 내가 존재한다는 믿음, 사회 시스템이 건재하다는 믿음, 무엇이 옳다 그르다는 믿음. 아침에 눈 떠 밤에 눈 감을 때까지 보이는 세상의 근원에는 믿음 아닌 것이 없다. 그런데 말이다. 내가 숨 쉬듯 믿고 있는 그 믿음. 우리는 무엇을, 어떻게 믿고 있는 걸까

 

소설 <탱크>는 믿지 않고는 살 수 없는 사람들의 믿음에 대한 이야기이다. 소설은 믿음의 근원지인 탱크를 중심으로 시작된다. ‘탱크는 어느 조용한 한적한 마을 야산에 놓인 텅 빈 컨테이너다. ‘믿고 기도하여 결국 가장 좋은 것이 내게 온다라는 기적의 체험을 위해 마련된 이 작은 기도실에 탱크를 믿는 사람들이 하나, 둘 찾아온다. 탱크는 교주도 교리도 없이 오직 공간만 존재하는 예약제 자율적 기도 시스템이기 따라서 서로서로 마주할 일도, 서로의 믿음을 강요하는 일도 없다. 오로지 자아 성찰과 자기 신념만 있다.

 

사건은 어느 날 느닷없이 일어난다. 탱크로 가는 입구 신성한 구역근처에서 큰 산불이 발생하고, 화마에 휩싸인 탱크 안에서 한 남자가 죽는다. 자신이 꿈꾸던 미래가 찾아오기를 누구보다 진실로 믿고 기도하던 그 남자는 왜 죽게 된 걸까. 소설은 4부에 걸쳐 각각의 사연으로 탱크에 모인 등장인물과 한 남자의 죽음, 그리고 죽음 뒤 남겨진 사람들과 새로운 탱크의 미래에 관해 이야기한다. 불에 타버린 기존의 탱크 대신 새롭게 등장한 탱크는 탱크를 믿는 사람들에게 기적을 일으킬 수 있을까?

 

<탱크>의 저자 김희재는 대학에서 영화를 전공하고, 믹싱 엔지니어로 영화와 음반에 소리를 입히는 일을 10여 년간 했다. 영화와 관련된 일을 해서일까, 탱크와 연관된 등장인물이 등장하고 사연이 하나둘씩 전개될 때마다 이야기는 입체적이고 박진감 넘치는 장면 전환이 이루어진다.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 것처럼 흡입력이 대단하다. 229편의 경쟁작을 뚫고, 심사위원의 만장일치로 한겨레 문학상에 선정된 소설답게 완성도가 있다. 심사를 맡은 김금희 소설가는 신인 작가의 첫 장편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르고 흡인력 있게 진격하는 소설이라고 격찬했는데 빠르기흡인력에서 만큼은 만점을 주고 싶다. 하지만 마지막 4장에서는 무언가 말하려다 마무리된 느낌이라 믿음의 실체에 대해 더 파고 들어갔으면 어땠을까 하는 아쉬움이 남는다. 문학상 공모 소설이라 분량의 한계가 있었다면 작가의 다음 소설에서 더 상세한 이야기를 듣고 싶은 바람이다.

 

종교와 믿음이라는 주제에 대해 깊게 고민해본 사람이라면 소설 <탱크>를 보며 희열을 얻을 수 있겠다. 그러나 주제에 관심이 없었더라도 한 편의 잘 만들어진 영화 같은 소설을 원하는 사람에게도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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