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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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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첫 집 연대기
  • 저자  박찬용
  • 발행자  웨일북(whalebooks)
  • 발행년도  2021
  • 추천대상  성인
  • 작성자/소속  류정옥/성남시 위례도서관
  • 상황별추천1  이사가며 새로운 집꾸미기를 기대하는 사람
  • 상황별추천2  아기자기한 소품을 좋아하는 사람

매력적인 캐릭터가 존재하는 방구석 남의 집 탐험

샷시까지 바꾸는, 남들은 평생 한 두 번 해 볼까 말까 한다던 반 셀 자유 모형화를 결혼 생활 6년 동안 두 번이나 한 만큼, 나는 리모델링에 매료되어 있었다. 우리 도서관 KDC 818에 나같은 사람의 마음을 끌만 한류의 수필이 잔뜩 꽂혀있다. 지금 와서 생각해보니 나니아 연대기도 아니고 첫 집 연대기라니. 저자는 분명 재미없는 사람은 아닐 것이다. 어쨌든 이 책을 집어든 나는 제목보다도 휘리릭 넘긴 책장 속 언뜻언뜻 보이는 굉장히 솔직한 심경에 눈이 갔고, 결국 마지막 페이지까지 읽게 되었다. 이 책을 읽어야겠다고 마음먹게 된 부분은 셀프 리모델링 후기가 아니라, 저자가 처음 집을 얻을 때 만났던 다소 이상한 집주인 묘사였다.

 

누구나 내 집 마련에 열광한다. 저자 역시 가족과 오래된 주택에서 살면서(아파트인지 빌라인지 정확지 않다) 자신의 방에 가족의 커다란 가구들이 침범하는 것을 속수무책으로 당하는 과정을 통해 그런 꿈을 가지게 됐다. 여러 제약을 고려하여 첫 독립 할 집이 위치할 동네를 고르는 부분부터 아주 현실적이었고, 그래서 재미있었다. 마침내 동네를 고르고 주인 할머니를 대면하는 순간! 우리도 한 번쯤 마주쳤던 순간! 이상한 사람을 만났는데 피할 수는 없을 때, 심지어 오래오래 마주해야 할 때라는 것을 안 순간이 작가에게 닥쳤다. 책을 빌리지 않을 수 없었다. 그래서 저자는 어떻게 이 상황을 견뎠다는 걸까?

이미 몇 번의 집을 계약해본 나로서는 저자가 보증금을 너무 쉽게 송금해버린 부분에서, 주인 할머니가 예사롭지 않은 느낌마저 있었을 때는 마치 내 일처럼 안타까우면서도 흥미로웠다. 결과적으로 그는 이 상황을 양보체념을 통해 잘 대처해간다. 마치 리모델링 과정에서도 양보체념이 필요한 것처럼.

 

본격적인 리모델링을 하는 부분을 읽으며, 아니 싸구려 셋집에 임차인이 무슨 대공사를 해주고 있어? 라는 생각이 들었다. 심지어 리모델링 순서도 엉망이었다. 저자는 그냥 보기에 안 좋아 보이는 것들을 순서도 없이 고치고 있었고, 그 사실을 인정하고 있었다. 집 계약도, 리모델링도 모두 일반적이지 않은 우당탕 집 구하기 과정을 보는 중간에서야, 이 책의 제목 첫 집 연대기가 마음속에 와닿았다. 이것은 정말 연대기였다. 누구에게나 쉽지 않은 독립, 리모델링이지만 어찌 보면 무계획을 통해 무에서 유를 창조해나가는 작가의 첫 집 구하기야말로 연대기라는 말이 꼭 어울렸다. 그런데 이런 혼돈 속에서도 저자가 가진 원칙은 흔들리지 않았다. 그는 새로운 가구나 그릇을 살 때 가격, 색깔, 내구성 등에서 그만의 원칙을 가지고 있었고 타협이 꼭 필요한 시점이 아니면 타협하지 않았다. 그리고 그것이 정리 정돈을 못 하면서 예쁜 집을 갖고 싶은 나와 같은 사람에게 필요한 부분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유명 잡지 에디터답게 그가 구매한 집을 꾸미기 위해 구매한 물건들은 내 마음도 빼서 버렸고, 그가 언급한 브랜드들을 네이버와 직구 사이트에 검색하고 있었다. 역시 다른 사람 집구경은 재미있다. 특히, 가족 집에 얹혀살면서 빨리 내 집이 있었으면하는 나에게는 대리 만족을 주기도 했다. 요새 유튜브를 보면 셀프 집 시공에 대한 영상이 많이 나온다. 그러나 이 책의 또 다른 특이한 점은, 자신이 시공한 집 사진이 단 한 장도 나오지 않는 것이다. ‘집을 이렇게 예쁘게 고쳤다라고 보여주기 위한 것이 아니라 정말로 집을 고치게 된 연유와 과정만을 상세하게 보여준다. 유명 잡지의 편집인답지 않다. 그러나 그래서 그런지 그가 말한 하얀 침대와 스위스산 의자를 검색해보며 내 머릿속에 저자의 방과 거실을 상상하게 되었다. 오랜만에 책 읽는 재미를 느꼈다.

 

아직 리모델링을 경험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나름의 적합한 조언을 전수해주는 책이자, 나처럼 리모델링을 이미 해 본 사람에게는 고생스러웠던 시간을 회상하게 하는 재미있는 책이다. 특히, 책을 다 읽고 난 후에는 나도 모르게 저자의 삶 깊숙한 곳에 와 있는듯한 느낌을 주는 것이 더 재미있다. 방구석 세계여행이 아니라 방구석 남의 집 여행을 해 보고 싶은 분께 추천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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