홈런을 한 번도 쳐 보지 못한 너에게

사회 나가면 큰 성공을 이룰 수 있을 것이란 마음으로 군에서 전역하고 나와보니 막상 이룰 수 있는 게 없던 시절 어린이 도서관에서 봉사활동을 하면서 우연히 파란 표지의 그림책이 나에게 다가왔다.

그림 자체는 거친 느낌과 투박한 느낌으로, 일본 특유의 느낌이 담겨있는 그림책이지만, 그런 부분이 야구라는 소재에 더 어울리고, 매력적이다. 표지의 야구선수 방망이부터 인상 깊게 다가오는 책이다. 방망이를 주의 깊게 보면 흔히 말하는 아우라가 보이고, 눈빛은 강렬하다. 마치 홈런을 꽝꽝 쳐낼 것 같은 그런 전형적인 4번 타자의 모습이다. 그런 모습과 달리 제목은 ‘홈런을 한 번도 쳐보지 못한 너에게’이다. 이런 반전으로 시작되는 그림책이다.
 

2 대 4로 지고 있는 6회 초 1아웃 주자는 1, 3루이다. 홈런을 치면 역전하지만, 안정적인 건 스퀴즈로 한점이라도 따라가야 하는 상황이지만 감독의 선택은 힘껏 치라고 하지만 나는 병살타로 이번에도 같은 팀에게 졌다. 시무룩해 하던 그날 저녁 심부름 길에 우연히 센 형을 만났고, 센 형은 시합에서 힘껏 휘두른 나의 모습을 보았고, 홈런을 치고 싶다는 나에게 뜻하지 않은 깨달음을 준다. 한 번도 홈런을 쳐보지 못했는데 갑자기 홈런을 칠 수 없다, 유명한 선수들도 꾸준히 훈련하고 또 훈련으로 이룬 성과라는 말에 시무룩하게 포기하려는 나에게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지 마, 해보지 않기 전에는 모르는 거야’라는 말로, 자신감을 준다. 그렇게 나는 홈런 한 방이 아닌 안타를 먼저 치겠다고 다짐하면서 그림책은 끝난다.

태어나서부터 끊임없이 성공을 요구받는 시대에 살아가고 있다. 모두가 분명히 아는 사실은 한 번에 큰 성공을 이룰 수는 없고 작은 성공을 이루는 과정이 반복되어야만 큰 성공도 이뤄낼 수 있다는 점이다. 하지만 주변에서는 큰 성공만 이루는 모습만 보이면서 작은 목표를 하나씩 성취하기보다는 큰 목표를 잡고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악순환이 시작된다. 어른들도 큰 성공을 이루지 못하면 좌절, 상실감이 크다. 아이들은 오죽할까? 아이들에게 큰 성공, 어려운 목표를 이루기 위해서는 작은 목표, 작은 성공이 뒷받침되어야 한다는 사실을 알려주는 책이다.
 

어려운 목표를 이루지 못해 좌절하는 아이가 있다면 함께 읽으면서 다독여주면 읽으면 아이가 작은 목표의 중요성도 알게 되고, 한층 더 성장할 수 있게 하는 그림책이다. 다만 야구에 대한 흥미와 배경 상식이 있다면 더 재밌게 이해할 수 있을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