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조금씩 천천히, 하지만 물러섬 없이! 소녀의 평범하지만 담대한 슬픔 극복기
주디 블룸’의 성장 소설 《호랑이의 눈》의 주인공 데이비는 끔찍한 사고로 아빠를 잃는다. 이로 인해 극심한 패닉 상태에 빠진 데이비는 더 이상 자기가 살던 동네에서 더 머무를 수 없을 지경까지 이른다. 어쩔 수 없이 고모가 살던 시골에서 잠시 머무르기로 했던 데이비는 그곳에서 ‘울프’라는 청년을 만나게 된다. 아빠를 잃고 나서 극심한 불안에 시달리던 데이비는 이유도 없이 울프에게 무례하고 적대적으로 굴지만, 울프는 그런 데이비를 아무렇지도 않게 대한다. 그런 울프에게 알수 없는 편안함을 느낀 데이비는 자기의 이름이 ‘호랑이’라는 장난을 치고, 서로 마주 보며 웃는다.
이 소설은 기본적으로 ‘상실’로 인한 고통에 관한 이야기다. 사랑하는 아빠를 (그것도 끔찍한 사고로) 잃었으니, 데이비가 느꼈을 고통은 충분히 짐작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은 단순한 슬픔만이 아니다. 현장에서 아빠의 죽음을 목격했던 데이비는 ‘슬픔’에 더해 ‘두려움’이라는 고통까지 떠안는다. 게다가 죽어가는 아빠가 자기에게 ‘도와 달라’는 말을 했는데도 아무것도 하지 못했다는 ‘자책감’과 ‘무력감’마저도 섞여 버린다. 이 고통을 이겨내는 데 가장 큰 도움을 준 사람은 바로 ‘울프’다. 하지만 아무리 누가 옆에서 도움을 주더라도 결국 고통을 마주하고 이겨내야 하는 것은 바로 자기 자신이다. 다음은 데이비가 소설 속에서 울프에게 쓰는 편지에 적힌 문장이다.
우리는 모두 각자의 두려움에 맞서야 하고, 두려움에 직면해야 한다. 두려움을 어떻게 다루느냐에 따라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지가 결정되기 때문이다. 모험을 할 것인가, 두려움에 갇힐 것인가.
문장에서 느껴지겠지만 데이비는 아주 훌륭하게 해내고 있다. 고통이라는 괴물을 조금씩 극복해 나가는 데이비의 모습을 지켜보며, 여러분들은 여린 소녀의 평범하지만 담대한 행보를 응원하게 될 것이다.
이 책의 저자 ‘주디 블룸’은 미국 뉴저지주에서 태어나 뉴욕 대학교를 졸업했으며, 1970년 ‘안녕하세요, 하느님? 저 마거릿이에요’로 미국 최우수 어린이 도서 상을 받았다. 이후 마거릿 에드워드 상, 내셔널 북 파운데이션 메달 등 수없이 많은 상을 받으며 미국의 대표적인 아동 문학가로 자리매김한다. 그녀는 아이들이 가진 고민이나 비밀을 있는 그대로 묘사하며, 어른들의 모순된 행동을 숨기지 않고 이야기에 담아내는 데 능숙하다고 평가받는다.
이 작품을 통해 많은 분들이 용기와 위로를 얻을 수 있기를 바라며, 상실의 고통을 이겨내는 청년기 과정을 감동적으로 그려낸 또 다른 성장 소설, 팀 보울러의 《리버 보이》와 신시아 라일런트의 《그리운 메이 아줌마》도 함께 읽어 보기를 권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