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물건을 대하는 우리의 태도, 미니멀라이프
겨울에서 봄으로 바뀌는 이 계절 가장 많은 사람이 ‘짐’ 정리를 계획하고 있지 않을까? 이들 중에는 계획대로 짐 정리를 수월하게 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고, 계획대로 짐 정리를 하다 무엇을 남겨둬야 하는지 무엇을 버려야 하는지 고민하다 제풀에 지쳐 짐 정리를 포기하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처럼 서로 다른 상황이 발생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아마 생활에 불필요한 짐의 양 차이 때문일 것이다.
이 책의 저자는 자타공인 맥시멀리스트 였다고 한다. 주말을 제외한 평일 5일 중 단 하루도 같은 옷을 입지 않고, 같은 액세서리를 하지 않는 사람. 반대로 이야기하면 단 하루도 같은 옷을 입지 않고, 같은 액세서리를 하지 않기 위해서 많은 물건을 소비하는 사람. 그러던 어느 날 멀쩡하던 행거가 무너졌고, 무너진 행거를 보면서 행거가 무너질 정도로 본인이 얼마나 많은 양의 물건에 짓눌린 삶을 살고 있는지 깨달았다는 작가. 이 사건을 계기로 용어도 생소했던 미니멀라이프를 하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이 책은 그런 작가의 결심이 어떻게 실행되었는지의 과정을 담았다.
“온 집 안을 물건으로 가득 채워보기도 하고, 통째로 비우고 텅 빈 방을 만들어보기도 했다. 숱한 허무와 회의감의 나날들을 보내면서 나만의 균형을 찾았다. 더는 물건을 쉽게 사지도, 쉽게 버리지도 않는다. 처음부터 하나를 비우더라도 신중하게 비우고, 하나를 채우더라도 시간을 들여 가장 좋아하는 것으로 채운다.”
내가 읽은 여러 권의 미니멀라이프 책 중 이 책이 유독 다르게 느껴졌던 이유는 미니멀라이프 = 짐이 없는 가벼운 삶 이라고 단정 지어 말하지 않기 때문이다. 미니멀라이프에 대해 획일적인 정의가 아닌 이 책을 읽는 독자 누구나 각자가 처한 상황에 맞게 미니멀라이프를 정의할 수 있도록 도움을 줄 뿐이다. 가득 채우고 왕창 버리기를 반복하는 일회성 미니멀리즘이 아닌 미니멀이든 맥시멀이든 우리가 물건을 대하고 취하는 방식은 우리가 행복을 느끼는 쪽이어야 한다고 말한다.
책을 본격적으로 읽기 전 목차를 살펴보다가 마지막 챕터인 part4. 가볍지만, 우아하게 : 태도 중 소제목인 샤넬 지갑과 레페토 슈즈를 보고 “미니멀라이프와는 굉장히 이질적인 부분이네”라고 생각했다. 나 자신도 미니멀라이프 = 사치, 과소비하지 않는 삶이라는 고정된 정의가 있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책을 다 읽고 나서는 생각이 달라졌다. 미니멀라이프란 앞서 얘기한 대로 정확한 잣대로 뭐는 되고 뭐는 안되는 삶이라고 말할 수 없다. 유행에 따라 싼 가격에 여러 개 소비하는 방식이 아닌 비싸고 질이 좋은 물건을 사서 오랫동안 잘 사용한다면 이것 역시 미니멀라이프인 셈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