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지금, 안녕?!
이 책은 한 줄 한 줄 글을 읽다 보면 독자가 마치 전래 동화나 옛날이야기를 해주는 이야기꾼이 되는 듯하다
책의 내용은 노는 게 일인 또래 아이들과 다르게, 부모도 죽고, 형제들도 뿔뿔이 흩어져 큰 집에 더부살이하며 밤낮 일만 하는 절름발이 순자와 친구들의 이야기다. 매일 일만 하는 순자가 언젠가부터 하루거리에 걸려 죽고 싶다고 말하자 또래 애들은 순자가 죽을 수 있게 여러 방법을 동원해 도와준다.
죽을 수 있게 도와준다는 내용 자체만으로 처음에는 섬뜩할 수도 있으나, 순자의 하루거리 고통을 덜어주기 위해 아이들이 알려준 묘안들이 죽기 위한 방법이라고 하기에는 거리가 너무 멀다.
하루거리란 요즘 말로 말라리아, 옛날 말로는 학질이라는 병이다. 장년이 된 나조차도 하루거리란 말이 생소하여 하루거리가 밥 한 끼를 의미하는 한 끼 거리의 다른 표현인가? 라는 무지한 생각까지 했다.
병명도 생소하여 나도 몰랐던 시간상 오래된 옛날의 이야기를 아이들은 이해할까?
또한 죽고 싶다는 아이와 그런 아이를 돕기 위해 또 다른 아이들이 다양하게 죽을 수 있는 방법을 실행해보는 내용에 대해 아이들과 부모님들은 어떻게 생각할까? 신경이 쓰였다.
하지만 비록 경험해보지 못한 옛날이야기를 한 장 한 장 그림을 보고 책을 읽다 보면 시대를 초월하여 열심히 살려는 어린 순자에 대한 연민과 순자를 도와주려는 아이들의 순수한 모습에 미소가 지어진다.
특히 그림책 마지막 구절에 실린
“다행이지 뭐야 너 죽었으면 우린 어쩔 뻔했니?“
라는 글귀는 아이들의 따뜻한 마음이 엿보여 코끝이 찡해졌다.
이 책은 김휘훈 작가의 첫 번째 그림책으로 작가는 할머니 어릴 적 이야기를 듣고 4년간 이 작품을 구상하고 만들었다 낮은 채도의 수묵화로 그려져 단아함과 은은함이 한국화를 보는 느낌이 든다. 슬픈 이야기이지만 아이들의 익살스러운 표정들이 책의 내용을 담백하게 전달하고 있다는 점이 좋다.
이 책의 재미있는 점은 그림책답게 그림으로 반전이 되는 물음표를 독자에게 던진다.
책을 다 읽고 책 뒤 면지 작가의 말 아래 그려진 아이들과 책의 뒤표지 아이들의 모습과 구도가 똑같다.
그러나 모습과 구도는 똑같은데 아이들의 옷차림은 다르다. 하나는 과거의 아이들 옷차림으로, 또 하나는 현재 아이들 옷차림으로 차이를 두어 순자처럼 오늘날에도 보호받지 못해 죽고 싶어 할 아이들이 없을까? 라고 작가가 독자들에게 물어보는 듯하다
또한 작가는 책 뒤표지에 현재 아이들 그림과 더불어 순자처럼 보호받지 못하는 아이들에게 물어보라고 글도 써놨다. ‘오늘은 어떻게 보냈어? 별일 없는 거지? 이따 갈게. 우리 또 같이 놀자!’ 라는 말로 어딘가에 있을 또 다른 순자를 위해, 지금 우리 아이들은 안녕한 건지, 관심을 가지라는 메시지를 보낸다.
과거의 어린이들 모습과 그 시절, 병이 났을 때 쓰던 민간요법을 엿볼 수 있어 어린이들과 예전 어릴 적 모습을 떠올릴 수 있는 할머니 할아버지 세대도 읽어보면 공감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