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코끼리 미용실에서의 작은 해방
우리는 어떨 때 자유로움을 느낄 수 있을까? 어떤 순간에 해방감을 얻을 수 있을까?
이것은 자신을 억압하던 존재가 무엇인지, 상황은 어떠한지에 따라 모두 다르다.
누군가는 큰 일탈을 벌이는 것에서 자유로움을 얻을 수도 있고, 누군가는 억압하던 존재에게 반항하며 해방감을 느낄 수도 있다. 자유로움을 느끼는 상황이란 환경과 개인의 특성에 따라 차이가 있을 수 있기에 모두 다른 순간일 수밖에 없다. 자식으로서 부모에게 착한 아이가 될 것을 강요받을 때, 아이가 이 상황을 원하지 않는다면 어떤 방법을 사용할 수 있을까. 많은 방법이 있겠지만, 자신의 의지를 보여주는 한 가지 큰 결심을 하는 것도 나쁘지 않다. 이 같은 상황에 놓인 <코끼리 미용실>의 주인공은 자신만의 큰 결심을 하게 된다.
<코끼리 미용실>의 주인공은 한 소녀이다. 소녀는 단발머리를 하고 싶다. 하지만 부모님은 소녀가 양 갈래로 머리를 땋은 한 아이이길 원한다. 자신의 마음대로 머리를 바꾸어도 될까 고민하던 소녀는 결국 단발머리를 하기로 결심하고 ‘코끼리 미용실’로 향한다.
그렇게 도착한 코끼리 미용실 안에서 많은 동물과 다양한 헤어스타일을 보고 고민하지만 본래 하고 싶었던 단발머리를 하기로 결정한다. 하고 싶은 헤어스타일을 고르고 코끼리 코를 하자 등장한 많은 코끼리는 익숙한 손길로 소녀의 머리를 잘라주고 감겨준다.
소녀, 코끼리와 동물들은 함께 즐겁게 놀며 머리를 한다.
나는 책장을 넘기며 용기를 내고 변화해가는 소녀가 귀여웠고 응원하고 싶기도 했다.
코끼리 미용실이라는 제목에 꼭 맞게 코와 입을 사용해 고객들의 머리를 바꿔주는 모습도 재미있었고 소녀의 바뀐 헤어스타일이 궁금하기도 했다. 사실 미용실 안에 있던, 헤어스타일을 담은 책 안에는 사자 머리, 원숭이 머리처럼 다양하고 특이한 동물들의 헤어스타일을 고를 수도 있었다. 하지만 소녀는 자신이 바랐던 단발머리를 골랐다. 다른 스타일에 비해 소소하고 평범해 보이는 단발머리 말이다. 혹자가 보기에 이것은 너무나도 작은 시도처럼 보일 수도 있다. 하지만 이것은 소녀가 자신이 할 수 있는 한에서 큰 선택을 한 것이고, 그 선택에 첫 발걸음을 내디딘 것이라 생각한다.
완성된 머리는 소녀를 위한 머리처럼 잘 어울렸다. 미용실에 오는 것을 시도하지 않았더라면 몰랐을 것이다. 이 책의 마지막 장에는 소녀가 노랗고 짧은 머리를 하고 가족들을 데리고 다시 미용실을 찾아가는 그림이 있다. 설명하는 말이 적혀있지 않더라도 우리는 이 그림으로 상황을 이해하고 같이 뿌듯해 할 수 있다. 나는 이 책을 크게든 작게든 억압받는다고 느끼는 아이들이 읽었으면 한다. 그리고 책을 읽는 모든 아이가 자신이 원하고 하고 싶은 것을 하는 데에 두려움을 느끼지 않았으면 한다.
<코끼리 미용실>또한 소녀에게 단순히 머리만 바꿔주는 미용실로 이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