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께 사는 세상을 위하여

 한 화가 아저씨가 숲속에 작업실을 마련하고 텃밭을 가꾸기 시작한다. 가족들이 좋아하는 채소를 심고 맛있게 먹을 생각을 하며 정성껏 기르는데 누군가 자꾸 밭을 망치고 만다. 처음 한번은 그러려니 하지만 두 번 세 번이 되고 보니 은근히 부아가 치민다. 누군지 잡히기만 하면 가만 두지 않으리라 다짐하며 불침번까지 서게 되는데 마주치고 보니 고라니 한 마리다. 울타리까지 치고 막아보지만 소용은 없고 새총까지 준비해서 기다리다 또다시 만난 것은 고라니 가족. 과연 화가 아저씨는 이 상황을 어떻게 대처해 나갈까?

이 책은 김병하 작가가 숲속 작업실을 마련하고 겪은 경험담을 바탕으로 한다. 그래서 더욱 실감나고 주인공 아저씨의 감정이 더 잘 드러나는 듯하다. 이 땅은 진정 인간의 것일까. 인간들이 동물들이 사는 터전에 마음대로 들어가서 주인 행세를 하고 있지는 않은가. 동물과 함께 살아가는 방법은 없는 걸까. 이런 진지한 질문과 달리 그림에서 느껴지는 따뜻함이 화가 아저씨의 현명한 처사와 만나 독자들의 마음을 움직이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