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불안정한 결혼생활을 꿈꾸며
서울 소재의 4년제 대학을 나와 대기업에 취업하고, 좋은 배우자를 만나 결혼하고, 아이를 낳아 기르는 안정적인 삶. 소위 평범하고 안정적인 인생이라 일컬어지는 한 인간의 생애를 놓고 봤을 때 안정적인 삶을 살기 위해선 결혼을 해야 한다고 말한다. ‘안정적인 삶을 살 수 있게 해주는 결혼?’ 곰곰이 생각해보면 30년 넘게 서로 다른 환경에서 살아온 두 명의 사람이 만나 결혼을 했는데 하루아침에 맞춤옷처럼 딱 맞는 그런 안정적인 결혼생활을 영위할 수 있을까?
대체 누가 결혼생활을 ‘안정’의 상징처럼 묘사하는가. 결혼이란 오히려 ‘불안정’의 상징이어야 마땅하다.
『평범한 결혼생활』 이 책의 첫 페이지는 위 문장으로 시작한다. 그리고 나는 위 문장을 읽으며 생각했다. “결혼이라는 한 단어 안에 내재되어있는 복잡 미묘한 것들을 뼈 때리는 한 문장으로 간결하게도 표현했네. 이 책 읽어볼 만하겠다.”
이 책의 저자인 임경선 작가는 본인이 20년간 결혼 생활을 하면서 겪었던 일들을 1부터 50까지의 번호를 단 짤막한 글들로 이야기한다. 본인 부부만 겪는 특별한 일들 인양 요란스레 굴지 않고, 이제 막 결혼생활을 시작한 신혼부부들도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결혼생활을 한 부부들도 한번쯤 겪을 수 있고, 겪었을 수도 있을법한 그렇고 그런 결혼 생활에 관한 이야기들을 담담하게 이야기한다. 물론 만난 지 고작 3주 만에 결혼을 하게 된 작가의 경험과 몇몇 이야기들은 예외다.
50번까지의 글들 중 작가가 본인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된 자격에 대해 이야기 하는 1번 글을 읽고 감동 받았다. 20년씩이나 한 남자와 결혼생활을 했으니 이제는 그에 대해 한두 마디쯤은 할 자격이 있다고 작가는 이야기한다. 강산이 두 번 바뀌는 시간, 무려 20년이라는 시간이 지난 뒤 작가는 본인 결혼생활에 대한 글을 쓸 수 있게 된 것이다. 결혼생활은 본인의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배우자의 이야기이기도 하니깐.
결혼은 복잡하게 행복하고, 복잡하게 불행하다. 나에게 결혼생활이란 무엇보다 ‘나와 안 맞는 사람과 사는 일’이었다. 생활 패턴, 식성, 취미, 습관과 버릇, 더위와 추위에 대한 민감한 정도, 여행 방식, 하물며 성적 취향에 이르기까지 ‘어쩌면 이렇게 나와 다를 수 있지?’를 발견하는 나날이었다. 이 질문은 점차 ‘이토록 나와 맞지 않는 사람과 어째서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지?’로 변해갔지만.
몸에 열이 많은 사람과 몸에 열이 없는 사람이 만나 더운 여름엔 서늘한 기운을 추운 겨울엔 온기를 줄 수 있고, 오락가락 분주한 기질이 다분한 사람이 제 보폭으로 묵묵히 걷는 기질의 사람을 만나 균형감각을 유지할 수 있는 그런 결혼생활. 어쩜 이렇게 다르지 에서 이렇게 다른데 어떻게 이렇게 오랫동안 같이 살 수 있지 라고 말할 수 있는 그런 불안정한 결혼생활을 꿈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