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과 함께하는 마술같은 세상 경기도민들을 위한 독서포탈 북매직
감사한지 고마운지 헷갈린다면
글은 솔직하게 써야 공감을 얻을 수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이 문장의 모든 단어들은 알맞게 쓰였을까. 혹시 ‘솔직하게’를 ‘정직하게’로 바꿔 써야 할까? 솔직히 확신이 서지 않을 때도 있다. 『우리말 어감사전』은 이렇게 헷갈리는, 혹은 감으로는 아는데 정확히 설명하기 힘든 단어들을 모아서 설명해주는 사전이다. 저자 안상순은 『금성판 국어대사전』 총괄책임, 『표준국어대사전』 정보보완 심의위원, 문화체육관광부 국어심의회 위원 등의 경력을 지닌 사전 전문가이다. 그럼에도 사전 편찬은 영원히 끝나지 않는 미완성의 작업이라고 한다.
이 책은 ‘가면과 복면’부터 ‘헤엄과 수영과 유영’까지, 의미는 비슷하지만 어감이 다르고, 그래서 쓰임도 다른 ‘유의어’들을 설명해준다. 예를 들어 ‘헤엄’과 ‘수영’은 둘 다 ‘물에 몸을 뜨게 한 상태에서 (팔)다리나 지느러미나 몸통을 움직여 나아가는 일’을 뜻한다. 하지만 뜻이 같다고 해서 쓰임까지 같지는 않다. “그는 주말이면 바다에 나가 ‘헤엄치는’ 것을 즐겼다.”라는 문장에서 ‘헤엄치는’을 ‘수영하는’으로 바꿔도 문장에는 이상이 없다. 반면 “물고기가 바닷속 물풀 사이를 헤엄친다.”에서 ‘헤엄친다’를 ‘수영한다’로 바꾸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 이 뿐 아니라 어감, 뉘앙스, 미묘하게 뜻이 다른 비슷한 단어들이 꽤 많이 있다. 우리는 대부분 그런 말들을 무의식적으로 잘 구별해서 쓰지만, 그 뜻을 명쾌하게 설명하고 예문을 들어보라고 하면 선뜻 말할 수 있는 사람이 많지는 않을 것 같다.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의 부제가 <말의 속뜻을 잘 이해하고 표현하는 법>이라는 것은 적절해 보인다. 한국어를 모국어로 쓰는 독자에게는 암묵적 지식을 명시적 지식으로 끌어올리는 계기가 되고, 한국어를 외국어로 공부하는 독자에게는 유의어를 조금이나마 쉽게 배울 수 있도록 도움을 주고 싶다는 작가의 의도가 와 닿는다.
책은 크기가 적당하고 무게도 가벼워 휴대하기에 부담이 적을 것 같다. 필요할 때 찾아보거나 잠시 자투리 시간이 생겼을 때 아무 쪽이나 펼쳐보기에도 좋다. 별다른 일러스트 없이 글자로만 꾸민 심플한 표지 디자인에도 눈길이 간다. 『우리말 어감 사전』이라는 제목 중 ‘어감’을 각기 다른 글씨체로 열두 번 반복해, 글씨체에 따라 느낌이 사뭇 달라진다는 것을 시각적으로 표현하고 있다. 책을 재생종이로 만든 것은 칭찬하고 싶으나 표지 두께가 너무 얇아서 앞표지가 점점 뜨면서 말려 올라가는 점은 조금 아쉽다. 조금 더 무게감이 있거나 안으로 접히는 책날개가 있다면 들고 다니기에 걸리적거리지는 않을 것 같다.
“청명한 아침 햇살이 바람에 실려 오는 요즘이죠. 이런 날에는 햇볕에 빨래를 말려주세요. 외출할 때는 햇빛에 얼굴이 그을리지 않도록 양산을 쓰세요.”
책을 참고해서 간단한 글짓기를 해봤다. 이런 식으로 계속 읽고 이해하고 실제로 쓰다 보면 아름다운 우리말을 잘 표현하는 데 도움이 되리라 생각된다. 217개의 단어와 예문을 보여준 저자는 참 고마운 분이다.